미국 태권도의 아버지
강병철 입력 2018.05.02. 00:22
발차기 대부' 이준구 대사범 별세
상·하원 의원 제자만 350여 명
성공 이민자 203인 중 유일한 한인
아들인 전 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그랜드 매스터(대사범)가 오랜 투병 끝에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영결식은 8일 열린다. 이씨는 수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뒤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아산 출신으로 동국대를 졸업한 그는 태권도 9대 문파 중 하나인 청도관에서 남태희 대사범에게 무술을 배웠다. 그는 1956년 군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견된 이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미국에 간 계기에 대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해방 후 미국 영화가 물밀 듯이 들어왔는데 영화 속 메릴린 먼로가 너무 예뻤다. 나중에 저런 금발 미녀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인생의 대반전은 65년 미 상·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태권도 무료 강습을 하며 이뤄진다. 당시 한 하원의원이 강도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봉변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의회에 태권도 교실을 만들었다.
생전에 ‘권투 황제’ 무하마드 알리와 ‘쿵후 황제’ 브루스 리(이소룡)에게 태권도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64년 국제 가라테 대회에 출전해 브루스 리와 인연을 맺었고, 알리에게는 바늘로 찌르듯 주먹을 날리는 ‘애큐 펀치(Accu-punch)’를 가르쳤다고 한다.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 부부의 추천으로 73년 한-미-홍콩 합작 무술 영화인 ‘흑권(跆拳震九州, When Taekwondo Strikes)’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독립투사로 등장했다.
그는 2000년 미국 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에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 등과 함께 선정됐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했고, 이런 내용은 미 초등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워싱턴DC에 태권도를 전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6월 28일 ‘이준구의 날’이 선포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테레사 리와 3남 1녀가 있다. 앨런 스틴 대사범이 그의 수제자다. 동생인 이전구씨는 뉴욕에서 대형 골프 용품 매장을 운영하며 성공한 한인 사업가로 꼽히고 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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