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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오토바이의 전기스쿠터 도전 - 재피

태권 한 2018. 11. 19. 10:29

대림 오토바이의 전기스쿠터 도전 - 재피

월간모터바이크 입력                          

재피는 과연 전기 스쿠터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수단의 전기화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세이고 흐름이다.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로 과도기를 보내고 이제 본격적인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BMW와 할리데이비슨 등 전통적인 모터사이클 브랜드 역시 전기 모델을 선보이거나 출시 예정이다. 

그렇다면 2018년 현재 우리가 가장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전기스쿠터는 무엇일까? 바로 대림 오토바이에서 출시한 재피가 있다. 재피는 과연 전기 스쿠터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사실 기존에도 중국산 전기스쿠터들은 많았다. 중국은 북경에서 엔진 이륜차의 도심 운행을 금지한 탓에 꽤 빠르게 전기 스쿠터가 보급된 나라다. 하지만 이 스쿠터들은 엔진 대신 배터리를 얹고 모터로 간다는 것 말고는 별로 매력적인 요소가 없었다. 게다가 모터사이클 전문 브랜드가 아닌 신생 회사들이 만드는 전기스쿠터는 두 바퀴 탈것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저가형 전기스쿠터들이 하나같이 별로인 원인이고, 그것이 월간 모터바이크에서 전기스쿠터를 잘 다루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재피는 대림이 만들었다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일단 외형은 깔끔하다. 일반적인 스쿠터와 다를 게 없는 외형에 그저 머플러와 엔진, 그리고 구동계가 없고, 대신 모터가 내장된 휠이 전기스쿠터임을 드러낼 뿐이다. 디자인에서는 재질과 마감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핸들 둘레는 여러 버튼들이 추가된 형태로 붙어있는데 마치 사제 튜닝 파츠를 붙인 것 같은 느낌이라 아쉽다. 차량 파츠들에서 느껴지는 완성도와 품질, 그리고 질감이 기존의 대림 스쿠터들에 비해서도 부족함을 느낀다.(좌) 모양은 그럴싸 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순정 그립이 조작감을 저해한다. 주행상태를 결정하는 GO 버튼과 기능 이상 시 전자제어 시스템을 리셋하는 버튼이 추가로 달려있다 / (우) 크루즈 버튼과 주행모드 버튼, 그리고 비상등 버튼은 오른쪽 그립부에 위치한다.

시동을 거는 동작이 없이 전원을 켜면 바로 움직일 수 있다. 주행 가능 표시인 READY에 초록불이 들어오는 상태에서 스로틀을 돌리면 바로 달려 나간다. 바퀴가 돌아가며 나는 희미한 회전음을 빼면 별소리도 없이, 마치 시동을 끈 채 내리막을 내려갈 때처럼 스르륵 미끄러져 간다. 전기 모터의 단점인 회전 시작부터 나오는 최대토크로 인해 훅 튀어나가는 현상도 없다. 초기 토크가 부드럽고 제어되기 때문인데 이것은 초심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세팅이다.(좌) 키 셔터가 기본 장착된 키박스와 작은 봉지 걸이 그리고 적당한 사이즈의 글러브박스 등이 일반적인 스쿠터의 구성이다. / (우) USB 포트도 갖추고 있어 전자기기의 충전도 가능하다.

스쿠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전동 스쿠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은 누구나 “오오”하는 감탄사를 낼 만큼 신기한 주행감각이다. 

모터는 3단계로 조작되며 각 모드별로 가속도 다르고 최고속도 달라진다. 모드 1에서는 부드러운 가속에 53km/h에서 제한되며 모드 2에서는 좀 더 빠른 가속에 70km/h에서 제한되고 가장 빠른 모드 3에서는 경쾌한 가속에 70km/h 내외의 최고속을 낸다. 모드 3의 성능을 엔진으로 비교하자면 2스트로크 50cc급 성능이다. 소리가 없이 조용하기 때문에 속도와 가속이 더 빠르게 느껴지며 시내 주행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좌) 2포트 캘리퍼와 디스크의 조합된 브레이크 성능은 차량 무게가 가벼운 탓에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 (우) 머플러가 있어야 할 자리가 허전하다

 (좌) LED 테일램프는 날렵한 스타일로 요즘 스타일이다 / (우) 순정 그랩바는 플라스틱 재질로 디자인은 괜찮은 편인데 비해 허용 무게가 5kg에 불과해 조금 부실하다

전기 스쿠터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엔진 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던 각종 소음들이 더 크게 느껴지는 편인데 재피에는 별다른 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또한 재피에는 스쿠터에서 보기 힘든 크루즈 컨트롤이 있다. 스로틀을 당긴 상태에서 크루즈 버튼을 누르면 일정 속도로 고정이 되는 기능으로 배터리 절약을 위해 저속을 유지하며 달릴 때 유용할 것 같다.


아쉬움이 남는 성능

의외성이 주는 재미로 인해 첫인상은 꽤나 괜찮았지만 주행할수록 아쉬움이 생긴다. 일상 영역에서 주행 중 스로틀 입력에 대한 반응이 이질적이고 서스펜션 움직임은 뻣뻣하다. 또한 오르막에서 견인력이 부족했다. 조금만 급한 경사에서도 한 번 서면 재출발이 쉽지 않다. 모터의 힘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부드럽게 출발하기 위한 로직과 모터의 과부하를 막기 위한 로직이 충돌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터에 토크가 걸려있는데도 3초가량을 움직이지 못하면 자동으로 스로틀 입력이 취소되는데 이 때문에 더욱 견인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이때 스로틀 조작이 취소되며 차량이 뒤쪽으로 흐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했다.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분명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좌) 널찍한 센터 플로어는 짐을 싣기에 유리하다 / (우) 시트 밑 트렁크 공간은 절반 정도가 배터리에게 희생되어 헬멧 수납은 힘들다 

실 주행거리

전기스쿠터를 비롯한 모든 전동 이동 수단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행거리일 것이다. 대림에서 발표한 주행거리는 40km 정속 주행 시 112km인데 실 테스트에서 기록한 주행거리는 60km 내외였다. 그마저도 잔여 배터리가 30% 이하로 남게 되면 눈금이 깜빡이며 충전하라고 재촉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실제 활동 범위는 50km 정도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완전 방전에 약한 특성 때문에 방전될 때까지 주행하는 것은 차량의 컨디션 유지에도 좋지 못하다. 만약 더욱 긴 주행거리를 원한다면 속도를 40km/h 정도로 낮춰 천천히 달려야 한다. 약 3시간 반 충전하면 1시간가량을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스쿠터를 하루 종일 사용하지는 않는 사업장에서 단거리 업무용으로 사용하거나 근거리 출퇴근 등에 사용하는 등 목적에 따라 충분한 주행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주행거리다.배터리를 꺼내기 위해서는 단자를 총 4개를 분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개선이 필요한 충전 시스템

기본 제공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유명한 스카이리치 제품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대림 오토바이 측은 이 배터리를 빼서 집에 가져가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데 실제로 분리 충전이 가능하긴 하지만 배터리와 차체를 이어주는 선이 4개나 되고 각각의 코드가 빼기 간편한 방식이 아니다. 자주 빼고 끼우기에는 다소 불편하고 내구성도 불안해서 매번 빼서 충전하기는 무리가 있다.성인 남성도 배터리를 꺼내는데 힘이 상당히 들어간다. 이 거대한 18kg의 배터리가 재피의 핵심부품이지만 크기에 비해 실 주행거리는 60km 남짓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또한 배터리 자체의 무게가 18kg 가량으로 성인 남성도 혼자 트렁크에 빼고 넣는 게 쉽지 않고, 주차장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다면 들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또한 일반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이 가능하긴 하지만 반드시 전용 충전기로만 충전해야 하는데 이 충전기의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라 바이크에 수납할 방법이 없다.충전을 하려면 거대한 크기의 전용 충전기가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만약 외출 중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외부에서 충전할 방법이 없다. 또한 충전 시 충전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팬이 돌아가는데 이 소음이 생활 소음을 훌쩍 넘는 수준이라 실내에서 충전하는 것은 추천하기는 힘들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림의 관계자는 이동이 간편한 소형 충전기를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여러모로 재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별도의 충전기가 필요해 보인다.

보조금의 함정

시승을 마치고 자료를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처음에 대림이 만든 것이라고 전제로 생각했던 것부터 오류가 있었다. 재피는 대림의 자체 생산 모델이 아니었다. 물론 최근의 대림의 행보로 볼 때 중국 생산은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종쉔의 전기차 브랜드인 CINECO T3로 출시된 모델을 그대로 들여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중국에서 대림의 XQ 시리즈를 생산하고 종쉔 브랜드로 판매하는 등, 종쉔과 대림의 협력관계를 생각해보면 재피의 개발에도 대림의 영향이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대림의 기술을 담은 모델처럼 홍보했던 것과는 현격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진짜 문제는 가격이다. 재피의 국내 판매 가격은 395만 원이며 여기에 국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 지원 시 165만 원이다. 기존의 엔진 스쿠터를 폐지한 경우 지원금이 20만 원 추가되어 145만 원에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실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은 재피가 가진 성능에 비하면 제법 합당해 보인다. 위에서 이야기한 장단점을 고려할 때 145~165만 원이라면 그리 나쁜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가격인 395만 원에는 합당한 성능은 아니다. 그래서 CINECO T3의 가격을 조사해보았다.

CINECO T3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판매하는 곳을 찾기가 힘든 모델이라 실제 판매 가격 정보 역시 얻기가 힘들다.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제주도보다 조금 큰 섬나라인 모리셔스 공화국에서 국내 사양과 동일한 리튬 배터리 버전을 판매하는 것을 겨우 찾을 수 있었는데 그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182만 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재피에게 제공되는 보조금 250만 원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실 구매자에게 165만 원 이상의 가치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재피가 그 정도 역할은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보조금이 이런 식으로 사용되면 진짜로 395만 원의 가치를 가진 모델에는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될 것이고 결국은 소비자들의 손해가 될 것이다. 

기대만큼이나 아쉬움이 컸다. 만약 대림이 제대로 기술력을 쏟아부어 개발하고 395만 원이라는 가격에 합당한 모델을 만들었다면 과연 이 정도의 결과물이 나왔을까?

지금까지 대림을 응원해오던 마음과 대림 오토바이가 2017년에 공개했던 EH400 콘셉트를 보고 가졌던 기대감이 아직 남아있기에 이와 같은 쓴소리를 덧붙인다.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대림오토바이 www.dm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