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으로 승부하는 '유럽형' 중형 세단 삼총사
윤지수 입력
푸조 508, 폭스바겐 아테온, 볼보 S60(위에서부터)
‘중형 세단 = 평범한 패밀리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푸근한 아저씨가 떠오르던 생김새에서 로퍼 신은 말끔한 청년이 내릴 듯한 분위기로 바뀌는 중이다. 치솟는 SUV 인기에 맞서 줄어드는 설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전략. 특히 유럽 출신 중형 세단 스타일 변화가 눈부시다. 멋으로 승부하는 ‘구라파’ 중형 세단 삼총사를 스타일 중심으로 살펴본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빤한 실내에 울리는 경종 - 푸조 508
보통 신차는 이전보다 커지기 마련. 그러나 신형 508은 역으로 크기가 줄었다. 앞뒤 오버행을 줄여 전체 길이 80㎜를 덜어냈다. 4,750㎜ 길이는 거의 중형 세단 최저다. 덩치까지 줄여가며 한층 활동적인 스타일을 지향한다. 그런데 실내에 비하면 외모 변화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508은 쿠페를 꿈꾼다. 5도어 패스트백 스타일로 바뀌어 쿠페 실루엣을 품었다. 높이를 35㎜ 낮추고 너비를 30㎜ 늘려 낮고 넓적한 스포츠카 분위기를 끌어냈다. 역동적인 모양새를 위해 보닛 높이도 끌어내렸다고. 길이 대비 길쭉한 2,800㎜ 휠베이스와 최대 19인치 휠을 신어 작은 차체를 안정적으로 떠받든다.푸조 504
디테일은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버무렸다. 과거 푸조 504 앞뒤 스타일을 계승하고 LED기술로 화려하게 멋을 냈다. 앞엔 사자의 송곳니를 그린 주간주행등, 뒤편엔 사자 발톱을 표현한 3D LED 테일램프가 들어간다.
백미는 역시 실내다. 프레임리스 문짝 안은 완성도를 높인 최신 아이-콕핏 혜택을 그대로 누린다. 운전대 위로 올려다보는 12.3인치 계기판과 피아노 건반 닮은 토글스위치, ‘ㄱ’자로 꺾인 전자식 변속 레버까지 여전히 미래적이다. 특히 508은 의자 바닥을 아래로 낮추고 센터터널(변속 레버가 달린 부분)을 높여 스포츠카처럼 폭 파묻히는 운전 자세를 만들었다. 쿠페를 닮은 외모와 일맥상통하는 변화다.
신형 508은 최고출력 130마력 1.5L 디젤 엔진과 177마력 최고출력을 내는 2.0L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값은 3,990만~5,129만 원.
5도어 쿠페 – 폭스바겐 아테온
세단을 바탕으로 쿠페를 그렸다. 분명 앞뒤 문짝 4개 달린 세단이지만, 펜더를 가르는 대형 보닛, A-필러(앞 유리창 양쪽 기둥)에서 트렁크 끝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실루엣은 세단보다 쿠페에 가깝다.
아테온은 비율이 남다르다. 길이 4,860㎜ 일반적인 중형 세단이지만 높이를 1,450㎜로 낮췄고 앞 타이어를 앞쪽으로 붙였다. 더욱이 휠베이스가 2,840㎜로 쏘나타(4,855㎜)만 한 차체가 그랜저(2,845㎜)급 휠베이스 위에 올라섰다. 너비도 그랜저(1,865㎜)보다 넉넉한 1,870㎜. 길고 넓게 뻗은 네 바퀴(최대 20인치 휠)가 바닥을 든든히 붙든다.
바닥으로 끌어내린 시각적 무게중심도 특징. 헤드램프를 휠 아치 높이만큼 낮추고 테일램프까지 캐릭터라인을 이어 시선을 아래로 모았다. 그 높이가 얼마나 낮은지 정통 스포츠카처럼 보닛이 펜더 윗부분을 가른다. 그릴과 주간주행등을 하나로 연결한 앞모습 역시 더 넓적해 보이는 효과를 이끈다.
실내는 다소 평범하다. 파사트(GT)와 같은 대시보드를 공유해, 정통적인 구성 아래 깔끔하게 꾸몄다. 앞 그릴처럼 가로로 길쭉하게 이어진 송풍구가 특징이다. 사실 아테온 실내 강점은 생김새보다 공간이다. 넓은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뒷좌석 다리 공간이 1,016㎜에 달하고, 트렁크 공간은 최대 1,557L(2열 눕혔을 때)다.
아테온은 최대 280마력을 내는 6종 터보 엔진이 들어가지만, 우리나라엔 190마력 2.0L 터보 디젤 하나만 들어간다. 가격은 5,216만~5,711만 원.
감쪽같이 숨긴 가로 배치 – 볼보 S60
생김새만 보고 S60이 전륜구동 세단이란 걸 알아챌 사람이 있을까? S60은 엔진을 가로로 얹고도 세로 배치 후륜구동처럼 앞바퀴를 앞쪽으로 확실히 밀었다. 앞바퀴와 A-필러 사이 거리(프레스티지 디스턴스)만큼은 두 체급 위 대형 세단 링컨 컨티넨탈보다도 길다.구형 S60과 신형 S60(위에서부터)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프레스티지 디스턴스를 길쭉하게 늘리면서 휠베이스가 2,775㎜에서 2,872㎜로 훌쩍 늘었다. 전체 길이는 4,761㎜. 앞서 언급한 세단 중 가장 역동적인 비율을 자랑한다. 높이 역시 1,431㎜로 낮은 편이다. 쿠페 실루엣을 쫓지 않는 단정한 실루엣에도 불구하고 옆모습이 튀어 나갈 듯 공격적인 이유다. 실제 앞뒤 무게 배분도 거의 5:5에 가깝다
디테일은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모듈형 플랫폼을 공유하는 S90과 비슷하지만 살짝 변화를 줬다. 체급이 작아진 만큼 여유로운 S90과 달리 더 단단한 분위기를 냈다. 뒤쪽에 ‘ㄷ’자로 마무리한 캐릭터라인을 넣었고, 범퍼엔 더 과감하게 각진 굴곡이 들어갔다. ‘T’자 모양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은 XC60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다.
누가 60시리즈 아니랄까 봐 실내는 XC60을 빼다 박았다. XC60이 그랬듯 차분한 색감의 나무 무늬 장식과 가죽을 둘러 북유럽풍 분위기를 강조한다. 말끔한 스타일을 위해 모든 버튼을 9인치 세로형 모니터에 욱여넣은 구성 또한 마찬가지. 운전 자세는 생김새처럼 높은 센터터널과 벨트라인(옆 유리창 아래 철판이 시작되는 지점) 사이에 폭 파묻힌다.
신형 볼보 S60은 아직 우리나라에 출시하지 않았다. 디젤 없이 오로지 가솔린 터보 엔진과 최대 415마력을 끌어내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만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는 하반기에 가솔린 모델 위주로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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