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대형마트에 방문했다가 물기에 젖은 무빙워크에서 걷던 중 미끄러져 상해를 입은 경우 배상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무빙워크의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대형마트의 일부 책임을 인정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4월23일 오후 비가 내리는 날 가족들과 함께 쇼핑하기 위해 경남 밀양시의 한 대형마트에 방문했다. A씨는 3층 주차장에 주차한 후 2층으로 내려가는 무빙워크에서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게 됐다.
당시 무빙워크에는 발판 외에는 물기를 제거할 수 있는 별다른 장치가 없었는데, 무빙워크 출입구를 카트가 막고 있어 발판을 이용하는 데 장애가 있었다. 이 사고로 A씨는 발목 등 상해를 입어 총 49일간의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았다.
이에 A씨와 배우자, 자녀들은 대형마트의 책임으로 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일실수입 손해와 치료비, 위자료 등 약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11단독 이은정 판사는 A씨 외 3명이 대형마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있는 상태였음에도 발판 외에는 바닥 물기를 제거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출입구에 있던 발판은 카트로 대부분 막고 있어 신발 물기를 제거하고 무빙워크에 탑승하는데 방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물기 외에는 다른 미끄러질 요인이 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고 당시 무빙워크는 통상 갖춰야 할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고, 이 같은 관리상 하자로 인해 A씨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 대해 "무빙워크를 타고 내려오는 곳에 '손잡이를 잡아 주세요', '걷지 마세요', '우천 시 미끄러우니 주의하세요' 등 주의문구가 설치됐음에도 A씨가 무빙워크 손잡이를 잡지 않고 걷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가 건물을 관리하면서 날씨 변화에 따라 즉각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대형마트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종합해 이 판사는 대형마트가 A씨에게 377만여원을 배상하고, A씨의 배우자에게 위자료 30만원, A씨의 자녀 2명에게 각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