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하인드] 생애 마지막 쉼터를 덮친 코로나 비극
※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저희 어머니는 지방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십니다. 60대 중반이지만 그곳에선 '젊은이'입니다. 힘자랑이 남다른 할아버지의 팔씨름 상대가 되어드리기도 하고, 치매 증상으로 인생의 시계가 자녀들의 어린 시절에 머물러있는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드리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확산하던 초기엔, 외부 인력의 출입이 강하게 제한되던 탓에 한동안 '요양원 미용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용 자격증을 갖고 있던 유일한 직원이었기 때문인데, 일이 더 늘었다며 푸념하기도 하셨지만 쉬는 날이면 집에서 가위질을 연습하느라 바빴습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진 않습니다. "지금 할머니 한 명이 침대에서 떨어졌어. 바쁘니 다음에 통화하자" 이런 말을 남기고 끊어진 전화가 여러 통이었을 만큼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긴장해야 하고, 일주일에 두 번 밤새는 야근을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도 벅찰 때가 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한 지난 2년은 더 그랬습니다. 환자고 직원이고 백신을 4차례나 맞아야 했고, 직원들은 휴일에 가족들과 나들이라도 가려면 행선지와 동행한 사람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요양원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보호자 대면 면회가 차단되면서 환자들의 감정 상태가 불안정해졌고,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애를 썼지만, 바이러스의 침투 자체를 막아낼 순 없었습니다.
2년 내내 반복되는 요양병원 · 시설의 비극
비극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위험군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단독 건물이 아닌 다른 시설들도 입주해 있는 일반 건물에 몇 개 층을 사용하는 한국식 구조도 감염 차단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오미크론 유행이 확산한 이후엔 기존에 갖고 있던 기저질환이 중증이거나, 그로 인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환자들이 확진될 경우 중증으로 이행되고 또 사망에 이르는 시기가 예전보다 빨라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양시설에서 확진이 될 경우 상태가 위중한 고위험군은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보내고 경증인 경우는 요양원에 남아 코호트 격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담요양병원으로 옮겨진 고위험군이 오히려 제대로 약을 쓰지 못하거나 적절한 치료 대응이 되지 않아 사망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은 정부가 돌봄이 필요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지정한 병원입니다.)
박 씨의 어머니도 그런 경우입니다.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확진돼 인근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후 상태는 더 악화됐습니다. 치매 환자였던 박 씨의 어머니는 2주 만에 '코로나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는데, 박 씨는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에서 돌봄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위독하다고 연락이 와서 병원으로 갔어요. 직접 만날 수는 없다고 해서 간호사실에서 CCTV를 봤는데, 호흡기를 쓰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시더라고요. 발은 청색증이 와서 시퍼렇고. 욕창이 심하게 와서 염증 수치도 높다고 하고요. 요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가실 때 그렇게 아프지 않으셨거든요.
저희 어머니는 치매 환자여서 식사나 용변을 혼자 해결하실 수 없어요. 그런데 전담요양병원에선 그런 케어가 전혀 되지 않았던 거죠. 나중에 들어보니 요양원에서 같이 확진돼 함께 옮겨졌던 다른 환자들이 어머니 식사를 챙겨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이 먼저 퇴원하셨으니 이후엔 밥도 제대로 못 드셨을 거잖아요? 너무 화가 났어요."
이 전담요양병원에선 박 씨 어머니를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시키려고 노력을 했었지만, 전원은 되지 않았습니다. 박 씨도 대학병원 여러 곳에 직접 전화를 해 전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응급병동에도 코로나 환자가 많아서 자리가 없다"는 답만 들어야 했습니다. 실제로 박 씨 어머니처럼 거동이 어렵고 돌봄이 필요한 확진자의 경우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하기가 쉽지 않아 전원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고위험 환자들을 케어할 인력도 부족하고 시스템도 안 돼 있던 거죠. 사망 원인은 코로나라고 쓰여 있지만 저는 병원의 관리 부실로 돌아가셨다고 생각해요. 이런 허술한 병원을 코로나 병동으로 허가해준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비극에도 다시 돌아가는 이유
"방법이 없어서 한두 달은 저희 집에서 모시면서 형제끼리 번갈아 가며 돌봤어요. 그런데 안 되겠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는 말씀을 잊으셔서 본인이 아프다는 표현 자체를 못하세요. 육안으로 지금 어떤 게 불편한 건지 알기가 어려워요.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시면 병원 모시고 가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어머니의 상태를 잘 알고 있고 오래 돌봐주시던 원장님한테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원래 병원으로 다시 모셨어요."
정 씨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확진이 됐어도 코호트 격리가 된 상태로 그곳에 머물거나, 또 다른 요양시설을 찾아야 하는 게 보호자들의 현실입니다. 요양원에서 확진돼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보호자 스스로 돌봄의 공백을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통계청과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전국에 1,464곳, 요양원과 같은 노인 요양시설은 4,171곳 정도입니다. (노인 요양공동생활 가정, 주·야간 및 단기 보호까지 더하면 노인 요양시설을 포함한 장기 요양기관은 1만 1,063곳 정도입니다.)
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 요양원 등 장기 요양시설의 침상 합계는 60.4개라고 합니다. OECD 평균 45.7개보다 14.7개 많습니다. 2009년에는 34.8개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병상 개수 자체가 이용률을 뜻하진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우리나라의 속도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빠르다는 걸 가늠할 수 있습니다. 또,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부모님이나 가족의 돌봄을 맡기고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도 요양병원과 시설의 반복되는 집단감염과 늘어나는 위중증, 사망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4차 접종을 우선 진행하고, 의사가 없는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의료 기동 전담반을 구성해 의사와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하고 '먹는 치료제'를 처방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장에선 이런 의료적 접근과 더불어, 반복되는 감염병 유행 속에서도 요양병원과 시설의 돌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도 병행돼야 한단 의견도 나옵니다. 코호트 격리가 이뤄져도 스스로 치료하고 돌봄을 이어갈 수 있는 시설과 비용 지원, 또 종사자들도 안전하게 돌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박수진 기자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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