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레이서 스타일과 현대적 장비의 조화, 야마하 XSR900

예전 과학 잡지 등을 다시 보면 과거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한 다양한 그림 등이 있는데, 어떤 부분에선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으로, 이동 중에 전화가 되는 건 물론이고 손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예측했는데, 놀라우리만치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았는가. 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다. 특히 모터사이클이 대표적인데, 옛날 SF물에 나오던 모터사이클을 생각해보면 지금 보기에도 놀라운 디자인을 보여준다. 과거의 사람들이 ‘미래의 모터사이클은 이렇게 변할 거야’라고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생각은 거의 맞지 않은 듯하다. 근미래적 디자인은 시장에서 그리 좋은 호평을 받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생각과 달리 복고풍, 즉 레트로(혹은 클래식) 장르가 시장에서 10년 넘는 유행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완전한 클래식이 아닌, 현대적인 감성과 장비를 더한, 네오 레트로(혹은 모던 클래식) 장르로 스타일과 편의성을 모두 추구하는 제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브랜드마다 이 네오 레트로 장르에 자사의 색깔을 담은, 자사의 역사적인 모델을 오마주한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야마하에서는 XSR 시리즈가 이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2015년 처음 선보인 XSR900은 원형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 알루미늄 파츠 등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에 힘입은 야마하는 2021년 EICMA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XSR900을 공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풀체인지인 만큼 전반적인 형상이 크게 변화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트를 비롯한 후미부일 것이다. 시트를 프레임 위에 얹는 방식이던 기존과 달리 프레임을 감싸는 형태로 설계되어 과거 야마하의 레이스용 모터사이클인 TZ500의 후미 카울과 비슷한 모습을 연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원형 헤드라이트, 야마하 고유의 레이스 블루 컬러와 연료탱크, 시트 하단부 카울까지 더해져 영락없는 1980년대 레이스 모터사이클의 모습을 구현했다. 여기서 조금 더 완벽함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로켓 카울과 측면 카울 등을 더해 예전의 모습에 가깝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이렇게까지 갖추려면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헤드라이트 페어링 정도로도 비슷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곤 지극히 현대적인 장비들로 무장했다. 우선 핵심인 CP3 엔진은 MT-09를 비롯한 여타 파생모델과 마찬가지로 업그레이드된 신형 엔진이 적용됐다. 889cc 수랭 3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119마력/10,000rpm, 최대토크 93Nm/7,000rpm의 성능을 내는데, 이전 모델 대비 성능 수치가 모두 향상됐으며, 최대토크의 경우 발생구간이 1,500rpm 낮아져 더욱 파워풀한 가속을 보여준다.

가속의 즐거움을 더하는 새로운 요소는 퀵 시프트의 채용이다. 이전 모델에선 옵션으로 추가해야 하는 파츠였으나, 이번 신형에선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 덕분에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경쾌한 가속이 가능하고, 코너 진입 전에는 빠른 하단 변속이 가능해 엔진 브레이크의 적극적인 사용과 함께 보다 빠른 탈출 재가속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하단 변속 시 백토크를 감소시켜주는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는 그대로 이어진다.

여기에 델타박스 프레임에도 변화가 이뤄졌다. 우선 종/횡방향 및 비틀림 강성을 향상시켜 직진에서의 안정성을 높였으며, 프레임 각 부분마다 필요한 특성에 따라 두께를 1.7mm에서 3.5mm까지 다르게 하는 CF(Controlled Filling) 공정이 적용됐다. 헤드파이프는 높이를 30mm 낮춰 코너링에서의 피드백을 더욱 강화했으며, 그 결과 헤드파이프가 낮아짐에 따라 핸들바 역시 낮아져 공격적인 자세를 연출하기 더욱 쉬워졌고, 스티어링 축 주변 관성은 14% 낮아져 코너를 더욱 빠르게 공략할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서브 프레임을 새로 설계했고, 스윙암은 길이를 55mm 늘려 직진 안정성을 더욱 강화했다.

앞뒤 서스펜션은 모두 KYB 조절식 제품으로 주행 환경이나 운전자 성향에 맞춰 세팅을 달리 할 수 있다. 휠은 최근에 야마하가 새로 도입하고 있는 회전 단조 기술이 적용되어 앞뒤 휠 무게를 700g 감량해 관성 모멘트를 11% 줄인 덕분에 코너링과 제동에서의 반응성이 향상됐다. ‘고작 700g의 변화가 큰 차이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서스펜션과 같은 스프링을 중심으로 아래 부분의 감량은 실제 운동성능에서 체감될 만큼의 큰 차이를 보여준다. 게다가 이렇게 기존 주조 방식 대비 무게를 줄인 휠을 대량 생산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낮은 생산 단가로 완성했다는 점도 놀라운 부분이다. 브레이크는 앞 듀얼 디스크, 뒤 싱글 디스크 방식과 ABS를 더했으며 제동력을 적은 힘으로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브렘보 마스터 실린더를 더했다.

또한 주행을 보조하는 다양한 전자 장비들이 더해진다. 우선 기능 작동에 필요한 차량의 움직임 정보를 파악하는 6축 관성측량장치(IMU)를 기반으로 린 센서티브 트랙션 컨트롤, 슬라이드 제어 시스템, 앞바퀴 들림 제어 등의 기능이 적용되어 보다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엔진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D-모드가 적용되어 날씨나 주행 조건 등에 맞춰 가장 강력한 1단계부터 가장 약한 4단계까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편의장비로는 계기판에 3.5인치 풀 컬러 TFT 스크린이 적용되어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선명하게 표시하며, 메뉴를 호출해 차량 및 기능 설정, 계기판 표시 등을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스로틀인 YCC-T 등이 적용되어 있다. 신형 XSR900은 레전드 블루와 미드나잇 블랙 2종의 색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1,468만 원(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7월 1일부터 1,485만 원)이다.

클래식의 유행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클래식이 주류에서 밀려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에는 최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현재는 클래식이 된 것처럼, 지금 현재 역시 먼 훗날의 클래식이 될테니 말이다. 야마하의 XSR 시리즈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의 모습을 찾긴 어려워지겠지만, 먼 미래에 현 시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그것이 클래식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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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의 열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야마하 XSR900
송지산 기자 입력 2022. 07. 22.

클래식 모터사이클이 유행이긴 하지만, 오리지널 클래식 모델을 타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몇 년 전 국내에 판매했던 야마하 SR400의 경우 인젝션 시스템 같은 인증을 위한 최소한의 전자장비만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원래 상태 그대로 유지해 시동까지도 킥스타터로 걸어야하는 감성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으나, 일상적으로 타기엔 쉽지 않았던 모델이다.

클래식한 감성도 좋지만, 사용에서의 불편함을 덜고 편리하게 클래식 모터사이클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바로 모던 클래식, 네오 레트로 등으로 불리는 장르다. 디자인적인 요소에서만 클래식함을 강조하고 기능적, 성능적 요소들은 현대적으로 구성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야마하의 경우 이러한 장르를 ‘스포츠 헤리티지’라 부르는데, 과거부터 수많은 레이스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브랜드인 만큼 ‘유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6년 XSR900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시작한 야마하는 이후 XSR700, XSR125(둘 모두 국내 미출시) 등으로 라인업을 넓히며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중 XSR900이 지난 2021년 단행된 CP3 엔진 업데이트에 따라 올해 드디어 신제품이 공개되어 국내에 출시됐다.

신형 XSR900은 1980년대 초반 야마하의 레이스 머신이었던 TZ500에서 디자인을 가져온 것이 특징이다. 이 부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연료탱크와 시트로, 특히 시트 뒷부분은 마치 페어링을 씌운 듯 두툼하게 디자인되었는데, 모두가 시트 쿠션인 것은 아니고 리어 프레임을 시트가 덮도록 설계한 것이다. 연료탱크도 마찬가지로, 흡기 사운드를 높이기 위한 통풍구를 전면에 배치했다.

889cc 3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119마력/10,000rpm, 최대토크 93Nm/7,000rpm으로 성능이 향상됐다. 특히 최대토크의 경우 수치적인 향상과 함께 발생 구간이 1,500rpm 낮아져 강력한 가속을 더 낮은 회전대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개발진들은 이런 성능적인 향상과 함께 청각적 요소를 위해 흡기뿐 아니라 배기 시스템까지 새롭게 설계했다.

델타박스 프레임은 종방향, 횡방향, 비틀림 강성을 모두 높여 직진 안정성을 향상시켰고, 헤드파이프를 30mm 낮춰 코너링에서의 피드백을 높였다. 또한 이로 인해 낮아진 핸들바는 공격적인 자세를 연출할 수 있으며, 필요한 특성에 맞춰 부분별 두께를 1.7mm에서 3.5mm까지 다양하게 설계하는 최신 CF(Controlled Filling)공정을 사용했다. 이런 변경점들로 인해 스티어링 축 주변 관성을 14% 낮춰 더욱 빠른 코너 공략이 가능하다. 스윙암은 55mm 길어져 직진 안정성에 도움을 주고, 서브 프레임도 완전히 새롭게 설계됐다.

서스펜션은 KYB제로, 앞 조절식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뒤 조절식 쇼크 업소버로 구성했다. 휠은 야마하에서 새로 개발한 회전 단조 기술을 적용해 앞뒤 휠 무게를 700g 덜어내 관성 모멘트를 11% 줄여 코너링과 제동에서 반응성을 끌어올렸다. 브레이크는 고성능에 맞춰 브렘보 마스터 실린더를 더해 높은 제동력을 섬세하게 제어할 수 있다.

기어비는 늘어난 출력에 맞춰 최적화됐으며,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는 레버 조작에 들어가는 힘을 줄여줄 뿐 아니라 백토크를 줄여 저단 변속 시 차량의 안정성을 유지해준다. 그리고 6축 관성측량장치(IMU)를 기반으로 린 센서티브 트랙션 컨트롤, 슬라이드 제어 시스템, 앞바퀴 들림 제어 등의 기능을 추가해 더욱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퀵시프트 시스템은 상하 변속 모두 지원하고, 각기 다른 특성의 엔진 출력을 설정할 수 있는 D-모드, 전자식 스로틀인 YCC-T, 3.5인치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에 도움을 주는 기능들이 두루 갖춰져 있다. 신형 XSR900의 가격은 1,465만 원이며, 색상은 파란색 1종류다.

브랜드마다의 특색을 담은 제품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야마하는 레이스에서의 수많은 우승경험을 바탕으로 당대를 휩쓴 모델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XSR900 역시 내로라할 레이스 머신의 디자인을 입히고 업그레이드된 엔진과 고사양 서스펜션, 경량 휠 등으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기대하는 바를 두루 만족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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