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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엔지니어링으로 무장한 아우디 R8

태권 한 2018. 1. 10. 10:50

신박한 엔지니어링으로 무장한 아우디 R8

        

2세대 아우디 R8 V10 플러스는 경이로운 신문물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쇳덩이를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런 고성능 스포츠카의 브레이크는 열을 받지 않으면 이와 같은 소리를 내고는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영하의 날씨에선 더욱 그렇다. 열을 올리기 위해선 낮은 속도에서 잦은 브레이크가 필요한 게 아니라 고속에서 강하게 밟아줘야 소리도 안 나고 제동성능이 더 좋아진다. 즉, 이 차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빨리 달려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차다.

2세대 아우디 R8 V10 플러스는 한국까지 오는 과정이 매우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했다. 아우디 코리아의 판매 중지와 잇따른 인증 반려로 한국 땅을 밟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어렵사리 출시했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 요즘 시베리아보다 춥다는 한국의 겨울을 만났으니까.

대부분의 차가 그렇지만 이런 차는 열에 아주 민감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브레이크도 그렇고 엔진과 변속기, 타이어, 각종 오일이 모두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와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처음엔 열을 올리는 데 집중하면서 살살 다독이며 움직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차는 상시 네 바퀴를 굴리며 그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오르자 엔진과 오일 온도가 모두 적정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브레이크는 아직도 ‘끼기긱’거리며 춥다고 아우성이다.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으니 엔진이 즉각 반응한다. 이 차의 미드십에 얹힌 5.2리터 V10은 자연흡기 엔진이다. 얼마 만에 만나는 자연흡기 고성능 엔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면서 시원하게 RPM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통쾌하다. 사실 터보엔진은 토크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낮은 RPM에 터빈이 돌아가면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더해져 자연흡기처럼 시원하게 내뿜는 소리를 만들지 못한다.

그 통쾌함에 중독돼 가속페달을 얼마나 깊고 오래 밟았는지 모를 정도로 내달렸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이 속도가 저속보다 더 안락한 느낌이 들 정도다. 1세대 R8도 고속 안정성과 민첩한 핸들링이 장기였지만 2세대는 1세대의 그것보다 월등한 차체 안정성을 지녔다.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 새로운 섀시는 이전보다 차체 강성이 40퍼센트나 높아졌다. 앞뒤 모두에 사용된 알루미늄 재질의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레이싱카의 구조에서 가져왔다. 그 성능은 경이로울 정도다. 스트로크가 짧음에도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초고속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만들면서 차체 떨림까지 잡아낸다. 쇼크 업소버 피스톤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자성 입자들이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충격량을 감지해 최적의 스트로크 양을 조절하는 덕분이다.

그립력도 상당하다. 완만한 고속 코너를 맹렬하게 달릴 때 타이어에서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사실 스키드음은 타이어 트레드 사이사이가 그립을 잃으면서 나는 소리다. 당연히 소리가 안 나는 것이 좋다. 그 점을 생각하면 R8은 네 바퀴 모두에 최적의 그립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앞바퀴 그립이 좋아졌다. 네바퀴굴림은 코너에서 언더스티어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나 그 차의 엔진이 뒤에 있다면 무게 이동을 앞으로 주면서 코너에 들어가는 게 좋다. 그런데 신형 R8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타도 될 만큼 뛰어난 그립을 만드니 어찌 경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급출발과 급가속, 때로는 레드존을 계속 후려치며 차를 닦달했음에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자연흡기 엔진으로 터보 엔진보다 토크가 낮은 단점이 있지만 짧은 기어비와 7단 듀얼클러치의 빠른 변속을 통해 이를 가볍게 극복했다. 오히려 터보 래그가 없는 것이 아주 즐거웠고, 엔진을 고회전으로 돌리면서 달리는 기쁨에 환호했다. 이전보다 60마력 높아진 V10 엔진은 최고출력(610마력)이 8250rpm에서 나온다. 즉 이 엔진은 9000rpm 이상까지 무난하게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터보 엔진은 도달하기 힘든 신의 영역과 같다. 그리고 이 엔진은 크루즈 상태에선 좌측 또는 우측 실린더 다섯 개만 움직이며 연비를 높이는 가변 실린더 엔진이다.

2세대 아우디 R8 V10 플러스는 알면 알수록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경이로운 차였다. 어느새 브레이크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최적 온도로 올라왔다는 뜻이다. 다시 달려야겠다.

글_이진우 / 사진_PENN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