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들이 헬멧과 가죽 슈트를 착용하는 진짜 이유

[최홍준의 모토톡] 모터사이클은 신체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때문에 불의의 사고 시 몸을 지켜줄 보호막은 헬멧과 보호대가 들어간 옷뿐이다. 자동차처럼 안전벨트로 묶여 있다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터사이클과 분리되지 못해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에도 에어백이 있는 모델이 있다. 혼다 골드윙1800이 그렇다. 혹자들은 골드윙이 에어컨이 나오는 모터사이클 아니냐고 하기도 하지만, 자동차처럼 라디에이터의 열기를 라이더 쪽으로 보내주는 일종의 히터는 있지만 에이컨은 없다. 대신 에어백은 있다. 리콜을 숨겼던 다카다 에어백이 들어 있어서 현재는 생산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이런 과감한 도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월드 클래스 레이스인 모토GP 경기에서도 사고는 일어난다
모터사이클용 안전 장비에는 크게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액티브 세이프티(Active Safety)’와 ‘패시브 세이프티(Passive Safety)’이다. ‘액티브(능동적인) 세이프티’란 라이더가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패시브(수동적인) 세이프티’는 사고가 생겼을 때 라이더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헬멧이나 가죽 슈트 등은 수동적인 안전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능동적인 안전을 먼저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보호 장비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다 하고 있지만 좋은 제품과 그저 그런 장비의 차이점 또한 여기에서 온다.
단순히 충격으로부터 보호만 하는 제품이 패시브 세이프티를 우선시 두고 만드는 저가형,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액티브 세이프티도 생각한 제품은 고가형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제품 설계나 제조와 관계가 있기에 가격과도 밀접한 연관이 생긴다. 보호성능은 좋지만 너무 무겁거나 착용감이 좋지 않은 제품이 있고, 가볍고 착용감이 좋으면서도 보호성능이 좋은 것들이 있다. 가격의 차이는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모터사이클 보호 장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해도 헬멧이다.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거기에 앞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주행풍으로부터 라이더의 눈을 보호해 주는 것. 이 역시 헬멧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미국고속도로안전협회(IIHS)의 조사에 따르면 헬멧을 착용했을 때 사고율 자체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망이나 부상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애초에 사고가 나지 않게 방지해 주는 것이다. 짧은 거리를 운행할 경우에는 얼굴이 노출된 ‘오픈 페이스 헬멧’을 써도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상태로 몇 시간씩 바람을 맞으며 장거리를 투어를 갈 수 있을까? 주행풍은 의외로 사람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고 여름에도 체온을 빼앗아 지치게 만든다. 눈으로 흙이나 먼지가 들어오거나 바람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수 도 있다. 헬멧은 만일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제대로 달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장비이다.
모토 GP 레이서 칼 크로치로우와 아라이 헬멧
헬멧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헬멧을 선택할 때도 단순히 디자인만 보고 고르기 보다는 국가 혹은 협회가 정하는 안전기준을 통과했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이 착용감이나 디자인, 공기순환 기능, 무게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자신의 머리 둘레나 두상 형태 등을 잘 알고 거기에 맞는 헬멧을 써야한다. 헬멧이 너무 크면 시야를 가리고 만일의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반대로 너무 작은 헬멧은 두통을 유발하거나 피로를 배가 시킨다. 헬멧을 고를 때는 매장에서 직접 써보거나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월드 챔피언 마크 마르케즈와 알파인스타즈 슈트
서킷에서 달리는 레이스를 보면 가죽으로 된 슈트를 입고 있다. 레이서들이 서킷에서 입는 가죽 슈트 또한 비슷하다. 가죽 슈트는 관절마다 충격흡수가 잘되는 보호대가 들어있고 두터운 가죽으로 되어 있어 마찰에 강해 라이더를 지켜준다.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필수 안정장구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냥 불편하고 비싸기만 한 옷이 될 수도 있다.
가죽 슈트 역시 충격과 마찰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함도 있지만 라이딩에 알맞은 자세를 취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슈퍼 스포츠 타입의 모터사이클의 경우에는 평소엔 취하지 않는 자세를 하게 된다. 빨리 달리고 코너를 적극적으로 돌기 위한 꼭 필요한 자세는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취할 일 없는 자세이다. 가죽 슈트는 이런 자세를 위해 만들어졌다.
레이스 레전드 랜디 마몰라가 월드 두카티 위크에서 탠덤 주행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팔꿈치와 무릎이 자연스럽게 구부러져 있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모터사이클용 가죽 슈트는 똑바로 서거나 걷기에는 영 불편하지만 바이크에 오르게 되면 취해야 할 바로 그 자세가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모타사이클 라이딩은 입체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팔은 큰 공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지고 허리를 살짝 구부정하게, 하체는 프레임과 연료탱크를 밀착하게 만들어 준다. 몸에 딱 맞아서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 것 같지만 허리나 팔, 무릎도 모터사이클을 조종하기 위한 방향이라면 어디든 잘 움직여 준다. 가죽 슈트를 입었을 때 더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고 또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몸이 보호되고 있다는 안정감에서도 나오는 것이지만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릎 보호대가 들어간 청바지, 관절 보호대가 들어간 가죽 재킷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보통의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도 얼마든지 잘 달릴 수 있다. 또 그런 옷이 더 편한 라이딩 자세가 나오는 바이크들이 있다. 하지만 보호대가 들어가 있는 전용 어패럴을 입었을 경우에는 안심감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을 조작하는 느낌도 좋아진다. 제대로 된 자세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차체를 컨트롤 할 수 있다.
그러나 서킷 주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전문 브랜드의 가죽 슈트를 구비하는 것이 좋다. 저렴한 제품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단지 보호대가 달려있는 가죽 재질의 옷이라면 오히려 몸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제대로 달리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월드 챔피언 발렌티노 롯시와 다이네즈 슈트
가죽 슈트는 전체적으로 몸에 딱 맞아야 하지만 팔뚝부분은 좀 넉넉한 것이 좋다. 전완근은 스포츠 라이딩시 피로가 누적되는 부분이므로 금방 펌핑이 오기 때문에 조금 넉넉한 것이 피로를 줄일 수 있다. 국제 모터사이클 연맹(FIM)이나 제조국의 모터사이클 연맹 등에서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통과한 것인지도 중요하다. 각 나라의 연맹은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서 액티브 세이프티, 패시브 세이프티를 모두 만족하는 제품들에게만 통과 마크를 달아주며 이는 그 나라의 정규 레이스에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터사이클 라이딩은 생각보다 안전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수동적인 안전보다는 능동적인 안전으로 자신의 안전도 지키고 타인이 보기에도 안전해 보일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은 안 좋은 인식이 더 많다. 그건 라이더들의 잘못된 운전 습관과 안전에 대한 무대책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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