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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저렴한 맛에 대충 타는 시대는 지나갔다

태권 한 2018. 12. 8. 14:09

모터사이클, 저렴한 맛에 대충 타는 시대는 지나갔다

최홍준 입력

저배기량 모터사이클도 프리미엄 시대

[최홍준의 모토톡] 엔진 배기량이 높을수록 출력이 좋고 더 크고, 빠르며 가격이 비싼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고배기량이 고급 모델이고 저배기량이 저급 모델인건 아니다. 최근 시판되고 있는 모터사이클의 최저배기량은 124cc, 편의상 125클래스라고 부르는 것들이 최저배기량이고 150, 250, 300, 400, 450, 500cc부터 800cc까지 미들클래스, 900~1000cc까지는 리터급, 그 이상은 오버리터급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의 대표적인 모델들은 1000cc 이상으로 배기량도 크고 차체도 큰 편이다. 보통 125클래스를 입문용이라고 부르고 300cc까지도 엔트리 클래스로 구분하며 대배기량으로 가는 시작 정도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300cc미만은 저렴한 것이 미덕으로 생각해 값싸게 만들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혼다 CB500X 2019년형          

2010년까지 이어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모터사이클 시장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레저 스포츠성이 강한 대배기량 모터사이클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 한때 전 세계를 집어삼킬 듯이 확장하던 일본의 4대 브랜드(혼다, 야마하, 가와사키, 스즈키) 조차도 해외 공장을 축소시키거나 레이스팀 운영을 중지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들까지 취해졌다.

브랜드들도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생산비용을 줄이고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들을 만들었다. 특히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낮은 개발비용으로 여러 장르의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고 특정 시장을 위한 전용 모델이 아닌 전 세계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모델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혼다의 뉴미드 콘셉트로 만들어진 CB500시리즈로 네이키드 CB500F, 스포츠 CB500R, 크로스오버 CB500X 등이다. 출력은 낮아졌지만 연비는 월등히 좋아졌다. 엔진과 프레임 등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탠덤 스탭 같은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곳에서는 철저한 감량을 이뤄내 기존 500cc 모델에 비해 30%의 제조단가 인하로 이어져 소비자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KTM 듀크125 2019년형

그러나 반대의 전략을 내놓은 곳이 있었다. 바로 KTM과 허스크바나였다. 일제 브랜드가 주춤할 때 유럽 브랜드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그렸다. 그 중 급성장을 이뤘던 곳이 KTM이다. 자신들의 고유 영역이었던 오프로드 모델을 더욱 보강하는 한편 오버리터급 투어러 시장에도 재미를 보았다. 그리고 엔트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럽 시장 125클래스 베스트셀러는 혼다의 CBF125였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내구성, 다루기 쉬운 핸들링으로 입문자를 비롯해 커뮤터로 오랜 시간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KTM이 자신들의 네이키드 라인인 듀크 시리즈를 690에 이어 2011년에 듀크125를 발표했다. 가격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CBF125에 비해 1.2~1.5배 이상 높았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KTM은 인도의 바자즈 오토와 힘을 합쳐 생산 단가를 낮추었다. 이렇게 낮춘 생산단가를 개발비용에 투자해 동급 대비 고성능의 엔트리 듀크 시리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유럽에서 듀크125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물론 초기 품질 문제에 대한 이슈들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덕분에 KTM은 매년 20%이상 성장세를 그릴 수 있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합리적인 가격의 모터사이클도 잘 팔리지 않던 때에 엔트리 모델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한 모델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져서 더 이상 모터사이클을 타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소비자들이 타고 싶어 하는 모델이 없어서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 된 것이다. KTM은 이어 듀크200과 390을 내놓고 스포츠모델인 RC390까지 내놓으며 프리미엄 엔트리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듀크125는 599만원으로 유럽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다.허스크바나 401비트피렌          

KTM그룹의 허스크바나 역시 다르지만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올해 런칭한 필렌 시리즈는 401과 701 두 가지 배기량에 세퍼레이트 핸들의 비트필렌, 파이프 핸들의 스바르트필렌으로 출시되었다. 401은 배기량에 비해 높은 가격대였지만 유니크한 디자인과 독특한 감각으로 프리미엄 400클래스를 만들어냈다. 401비트필렌의 국내 가격은 945만원이다.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 구매자들에게 이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듀크125가 그랬듯이 401비트피렌 역시 가격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과 성능이 있었기 때문이다.야마하 YZF-R3          

야마하는 프리미엄보다는 가격과 입문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펙을 내세웠다. 300cc 클래스인 스포츠 모델 YZF-R3와 네이키드 모델 MT-03은 국내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적당한 성능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았다. 대신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동급대비 높은 출력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야마하 YZF-R3의 가격은 628만원이다.혼다 CB125R 

혼다는 이미 CB500시리즈와 NC750 시리즈로 가격을 낮추고 적정 성능만 갖추면 추면 승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대로 머물지 않았다. 올해부터 프리미엄 라인의 네이키드 시리즈 네오 스포츠 카페 CB시리즈를 내놓았다. CB125R은 물론 CB300R은 엔트리 클래스지만 고사양 파츠와 뛰어난 운동성능 그리고 참신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단순 가격비교만으로도 외국에 비해 저렴하지만 파츠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저렴할 수가 없는 모델이다. 야마하와는 달리, KTM처럼 프리미엄 엔트리를 지향하고 있다. CB125R은 498만원. CB300R은 641만원이다.스즈키 GSX-S125

스즈키는 퀄리티는 프리미엄, 가격은 최대한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125클래스를 만들지 않았지만 올해 자신들의 슈퍼스포츠 바이크인 GSX시리즈의 엔트리 모델을 내놓았다. 네이키드 타입의 GSX-S125는 409만원, 스포츠 타입의 GSX-R125는 439만원으로 가격을 최대한 낮추었다. 유럽 시장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은 수준. 그러나 높은 퀄리티에 스즈키 특유의 민첩한 운동성능으로 호평 받고 있다. 상위 클래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도색 상태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스즈키 역시 엔트리 프리미엄을 추구하고 있다.

이제 엔트리 클래스라고 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대충 타는 시대는 지나갔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좋은 품질과 그에 걸맞은 가격이 인정받는 시대이다. 저배기량이라고 해서 품질도 낮지 않다. 오히려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모터사이클이 주는 즐거움과 소유하는 만족, 더 나은 성능을 추구한다.

모터사이클은 레저 스포츠다. 시작을 하더라도 더 좋은 것으로 시작하고 싶어 하고,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성능과 디자인,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선택되고 있다. 때문에 입문자뿐만 아니라, 대배기량 경력자들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엔트리 클래스가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