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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F850 GS 시승기

태권 한 2018. 12. 11. 10:01

BMW F850 GS 시승기

최홍준      


도전을 위해 사는 라이더를 위한 바이크

지금까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왔다.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오버리터급 오프로드 바이크들을 성공시켜왔고 미들클래스에서도 오랜 시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꾸준히 나타나고 나날이 발전해 나간다. 지평선까지 도달하는 게 꿈이었던 시대가 있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얼마나 재밌고 흥미진진한가를 따지는 시대가 왔다. 거기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GS시리즈였다.          

완전히 다른 미들급 GS

2007년에 첫 선을 보이고 2008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F 800 GS와 F 650 GS. 같은 798cc 직렬 2기통 엔진을 사용했지만 800은 오프로드, 650은 도심위주로 세팅되어 서스펜션과 휠 사이즈, 출력이나 디자인까지도 다르게 만들어졌다. 2012년에 마이너 체인지를 거치며 650이 700으로 되었다. 여전히 800과 배기량은 같음에도 말이다. 디자인이 더 날렵하게 다듬어졌고, 2013년에 F 800 GS 어드벤처가 탄생하기도 했다. 2015년에 또 한 번의 마이너 체인지를 거치며 R 1200 GS와 비슷한 금속 느낌의 사이드 패널을 가지는 등 꾸준히 시대의 변화에 맞춰왔다. 그러던 2018년 풀 체인지 되었고 국내에서는 많이 늦은 지난 가을부터 정식 판매에 들어갔다.

853cc 직렬 트윈 엔진은 부등간격 폭발이며 두 개의 크랭크 밸런스가 90도의 각을 이루며 움직인다. 덕분에 더 풍성한 사운드와 토크감을 만들어낸다. 다소 밋밋했던 엔진 필링이 개선 된 것. BRP그룹에서 만든 로텍스 엔진 대신 BMW가 자체 설계하고 중국의 롱신모터가 조립했다. 850과 750은 각각 최대 출력과 토크는 다르지만 더 부드러운 반응과 슬리퍼 클러치, 트랙션 컨트롤 등을 모두 소화해 낸다. 롱신은 이미 G 650 GS의 엔진 조립을 오랜 시간 해 오고 BMW의 C 400 X도 조립하고 있어 완성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은 들지 않는다. F 800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했던 서브 프레임 아래에 위치했던 연료탱크가 탑 브릿지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탱크 용량과 질량 집중성이 돌아왔다. 프레임도 신설계이다. 시트 폭이 넓어져 장거리 주행시 승차감이 좋아지고 시트고도 낮아졌다. 전자식 서스펜션이 추가되어 스포츠 주행과 도심과 투어링, 오프로드까지 확실한 그립력과 승차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상 가장 큰 특징은 볼륨감이 좋아져 ‘있어 보인다’는 것. 날렵해 보이긴 했지만 빈약했던 볼륨이 채워지고 컬러링이나 전체적인 구성이 꼭 찬 느낌. 이제야 GS시리즈 구성원 다운 믿음직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클래스에 대한 수요

F-GS가 미들클래스 어드벤처 바이크들을 상위에 있었던 것은 맞다. 1200이 부담스러웠거나 더 가볍고 하드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원했던 이들이 찾는 바이크였고 프론트 21인치 휠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700 GS의 포지션은 애매했다. 작고 낮아서 입문자나 여성들에게는 좋다고는 하지만 그 이외에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매력이 적었다. 당연한 이유였겠지만 오랜 기간 BMW의 레몬 모델 중 하나였다. 이건 너무 형이 잘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GS라는 이름은 어떤 면에서든지 부정하거나 반박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 그 의미가 동생들인 800이나 700에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물론 이건 국내 시장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이제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풀 모델 체인지가 되면서 1200이 가진 전자장비들이 대거 이식되었고 다자인도 큰 변화가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의 인식 변화도 생겨났다. 좀 더 다루기 쉬운 모델을 찾거나 용도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 경험을 통해 미들클래스 어드벤처 바이크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F 850 GS는 그 적절한 해결책이다. 물론 강력한 경쟁기종들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고 또 새로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더 넓어진 선택의 폭은 소비자들에게는 늘 반가운 일이다.          

도전을 위해 사는 라이더를 위한 바이크

10년 전, F 800 GS의 미디어 시승은 겨울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태백 서킷 한편에 마련된 오프로드 트랙이 있었지만 진흙탕이 되어버린 곳에서 시승을 해보려는 기자는 많지 않았다. 높은 시트고와 좁은 차체, 프론트의 21인치 휠과 듀얼 타이어, 당시 듀얼 퍼퍼스들은 오프로드 ‘도’ 달릴 수 있다는 설정이지 본격적으로 오프로드 ‘를’ 달릴 수 있는 세팅은 아니었다. 이미 단기통 엔진의 F 650 GS를 성공시켰던 BMW에게는 자신감도 있었고 시장 상황도 아주 좋았다. 핸들 조향각도 컸고 서스펜션 트래블도 충분했다. 좁고 높은 시트는 체중이동이 아주 쉬웠으며 엔진은 부드러우면서 충분한 토크였다. 미끄럽고 질퍽거리던 진흙탕 속을 한바탕 달리고 났더니 재미도 있었지만 과연 이걸 마음대로 탈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국내에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당시에는 어드벤처 바이크라는 말보다는 빅 엔듀로라는 말로 통했고 1200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더 높은 오프로드 주파성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꽤나 팔려나갔다. 2012년에 마이너 체인지가 되면서 전자장비가 추가되었지만 오히려 판매고는 줄어들었다. R 1200 GS의 인기가 올라가고 맏형격인 어드벤처 모델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인기 기종이 되어 버린 것. F 800 GS 어드벤처 모델이 추가되었지만 큰 변화는 주지 못했다. 물론 단일 기종으로의 판매고는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너무 잘난 큰 형들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묻혀 보이는 슬픔을 안게 된 것.          

엔진 필링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부등간격 폭발로 인한 밋밋한 필링은 장거리 주행시 부담을 주지 않는 면도 있었지만 심심한 주행질감을 만들었기에 재미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단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본래 용도였던 오프로드 주행에서 부드러운 반응과 무거운 클러치, 높은 시트고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처음에는 단점이 아니었지만 경쟁 기종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2012년 이후부터는 상대적인 단점이 되었다. 이런 단점들이 개선된 F 850 GS가 나왔다.          

진정한 미들 클래스 어드벤처의 면모

먼저 디자인부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프용 시트가 아닌 장거리 주행에서 편안한 이중 시트와 연료탱크가 앞에 자리해 무게 중심이 모여 더 경쾌한 핸들링을 가지게 되었다. LED 헤드라이트와 TFT계기반은 가치를 한 단계 높여준다. 대형 라디에이터와 그를 감싸고 있는 사이드 패널은 탄탄한 각이 살아있다. 너클가드도 1200과 공용이 되었고 금속 질감의 사이드 패널로 존재감을 높였다.          

853cc 엔진은 8250rpm에서 최대 95마력을 낸다. 힘은 모자라지 않는다. 엔진의 폭발 간격은 여전히 부등간격 폭발이지만 크랭크 위치가 90도를 이루게 되면서 V형 2기통에 근접하는 소리와 고동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라이딩 모드는 기본적으로 로드와 레인 두 가지다. ABS브레이크와 ASC(automatic stability control )가 들어간다. 옵션으로 프로 라이딩 모드를 추가할 수 있으며 이를 추가하면 다이내믹 모드와 엔듀로, 엔듀로 프로 모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 더불어 코너링 ABS프로와 DTC(dynamic traction control)가 추가된다. 국내에는 베이직 사양과 모든 옵션이 들어가 있는 프리미엄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며 프리미엄 모델에는 이 모든 장비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편하고 쉽게, 라이더가 원하는 것

무엇보다 기어 쉬프트 어시스턴트와 다이내믹 ESA가 새로운 F 850 GS의 큰 특징이다. 업다운이 모두 되는 기어 쉬프트 어시스턴트는 스로틀을 되돌리지 않아도 작동이 가능해 다이내믹한 주행 상황이나 극저속 컨트롤이 필요할 때 적절히 손쉽게 기어 체인지를 할 수 있다.          

프론트에는 도립식 포크, 리어에는 작스와 ZF가 같이 만들어낸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ESA가 들어간다. 리어 프레임 아래에 달린 황금색 오일탱크에는 초기 하중 변경시 필요한 여분의 서스펜션 오일이 담겨있다. 보조탱크가 있는 모델임에도 폭이 큰 차고 변경을 위해 별도의 대형 탱크를 달아놓은 것이다. 이는 보여주기 위함도 있지만 그만큼 서스펜션의 작동폭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트고는 860mm로 다소 높지만 랠리 시트나 콤포트 시트는 더 높다. 로우 시트나 로우 서스펜션 옵션도 추가할 수 있어 최대 815mm까지 낮출 수 있다. 시트 폭이 넓어져 장시간 주행에도 좋다. 탠던 시트도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 발 착지성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인 크기가 줄어들었고 캐스트각이 62도로 2도 이상 더 세워져 있어서 정확하고 민첩한 핸들링이 나온다.          

고속 주행이나 크루징시에도 안정적이다. 크루즈 컨트롤, 히팅 그립, 타이어 공기압 게이지 등 모든 옵션이 들어가 있다. 다만 키리스 이그니션 옵션은 국내법상 빠지게 되었다. 시승했던 바이크에는 6.5인치 TFT 계기반이 빠진 모델이었다. 물론 국내 시판하는 모델에는 TFT 계기반이 들어간다.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 계기반의 화려함과 높은 시인성, 다양한 기능이 알려져 있다.          

원치 않는 팀 킬

아쉬운 점도 있다. 너무 늦게 국내 시장에 풀리게 된 것. 이미 경쟁기종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모델 체인지도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다. 853cc 엔진은 미들클래스지만 1000cc 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21인치 프론트 휠과 엔듀로 프로 라이딩 모드로 상당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1200의 이미지는 너무 강력하다. 게다가 1250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모델 하나만 보면 높은 완성도에 다양한 전자장비, 출중한 주행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출시 시기가 안타깝다. 도심 위주의 근거리 주행이라면 동생인 F 750 GS가 더 잘 맞고, 더 편안하며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내년 봄부터는 R 1250 GS가 출시된다. 너무 잘난형과 가성비 높는 동생을 둔 덕분에 F 850 GS의 장점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 850 GS를 선택한다면 기존 800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과 높은 주파력, 무엇보다도 가벼운 주행 질감과 손쉬운 핸들링과 조작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MW F 850 GS 제원표

엔진 : 수랭식 4스트로크 직렬 2기통 엔진

보어 x 스트로크:  84mm x 77mm

배기량 : 853cc

최고출력:  8250rpm/95hp

최대토크 : 6250rpm/92Nm

압축비: 12,7 : 1

연료공급퓨: 엘 인젝션

최대속도: 200 km/h 이상

클러치: 멀티디스크 습식 안티호핑 클러치

기어박스: 상시합치 6단

프레임: 스틸 쉘 브릿지형

서스펜션: (F) 업사이드 다운 텔레스코픽 포크 Ø 43 mm

              (R) 센터 WAD 스프링 스트럿, 유압식 프리로드, 댐핑 조절

서스펜션 트래블: (F) 204mm (R) 219mm

휠베이스: 1.593mm

스티어링 헤드 앵글: 62°

타이어: (F) 90/90 21, (R) 150/70 R17

브레이크: (F) 듀얼 플로팅 디스크 Ø305mm, 더블 피스톤 플로팅 캘리퍼

                  (R) 싱글 디스크 Ø265 mm, 싱글 피스톤 플로팅 캘리퍼

ABS: BMW 모토라드 ABS(해제 가능)

전장x전폭x전고: 2305 x 922 x1356(mm)

시트고: 860mm

장비중량: 216kg

연료탱크: 15 l

소비자가격: 프리미엄 패키지 2170만원


모터사이클 전문 매거진 월간 [더모토] 최홍준 기자. pibada3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