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출시했던 국내에 몇 없는 슈퍼카급 스포츠카
유럽에서 잘 나가는 프리미엄 자동차는 독일이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이탈리아와 재규어랜드로버, 맥라렌 등의 영국도 있지만 판매 대수와 네임밸류 등을 같이 생각하면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의 본거지인 독일의 지위가 가장 강하다. 전쟁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던 나라가 이제는 자동차로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글로벌 마켓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나라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기업인 닛산에서 만든 스포츠카 GT-R은 다소 투박한 얼굴로 드래그 레이싱에서 더 비싼 차들과 동등하거나 나은 기록을 보여줄 만큼 가성비가 좋다. 일본차의 인기가 약세인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보기 힘든 모델이다. 2007년에 처음 출시된 GT-R은 스카이라인과 독립하면서 새로운 코드네임을 받았으며 1세대가 아직 현역이다.
1. 외관
시선을 확 끌지 않아도, 쉽게 질리지 않는
닛산 GT-R은 외관에서 그 대단한 성능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를 조금 아는 사람이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붙어 있는 GT-R 앰블럼을 금방 발견하겠지만. 중저가의 보편적인 모델을 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까닭인지, 덤덤한 표정으로 GT-R의 성능을 가늠할 수 없게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성능 자동차에서 보이는 대담한 느낌이 적다. 배기량이 GT-R보다 적은 재규어 XE가 더 용맹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이다. 대신에 GT-R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부분변경 이전보다 엔진을 빠르게 식히면서도 차체의 어느 곳에서도 항력을 올리지 않도록 새롭게 만들어졌다. 얼핏 보면 바뀌기 전과 무엇이 다른지 찾기 어렵지만.
수없이 거친 테스트는 지금의 보닛 디자인이 200km/h 이상에서 공기역학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으며 다운포스까지 개선됐다. 프론트 그릴 아래의 스포일러는 살짝 길어졌고 낮아졌는데 그 수치는 몇 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공기흐름을 부드럽게 바꾼다.
리어램프는 닛산 GT-R의 아이콘이다. 가까이서 봐야 이전 모델과의 차이점을 알게 되는데, 은색으로 마감된 디퓨저와 공기역학적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네 개의 티타늄 배출구 옆에 에어벤트가 포함됐다. 바디패널에서 이어지는 부분을 가르는 벨트라인이 살짝 높아져서 차체를 더 낮게 보이도록 만든다.
2. 내부
다소 부족했던 과거는 이제 잊어도 좋다
최상의 소재로 수제작 되기 때문에 닛산 GT-R의 내부는 아주 편안하고 럭셔리하다. 대쉬보드는 수평적인 흐름을 강조하는 덕분에 1열 시트 탑승자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클러스터에서 센터콘솔로의 연결이 자연스러워 운전자가 주행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가죽 뒤에 숨어 있는 쿠션 소재층은 더 얇아져서 경량화에 기여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질감을 유지한다.
센터페시아는 단순해졌다. 통합형 내비게이션, 오디오 콘트롤 조작부 등 이전 세대에서 27개였던 버튼은 이제 11개밖에 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시스템 컨트롤과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손쉽게 사용하고 시야 확보를 더 잘할 수 있게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내비게이션 시스템 역시 레이아웃이 다시 디자인 되었다. 감촉이 좋아졌고 조작하기 편한, 알루미늄 알로이로 만들어진 다이얼이 들어갔다.
커진 8인치 터치디스플레이는 사용자가 쉽게 오디오,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관련 조작 등 인포테인먼트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콘을 키운 것이 특징이다. 아이콘의 레이아웃은 사용자 마음대로 맞춤설정이 가능하며 탄소섬유로 만든 센터콘솔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커맨드 콘트롤은 모니터를 터치하지 않고도 기능을 사용하게 하기 때문에 고속으로 주행할 때 안전한 주행환경을 돕는다.
3. 파워트레인 및 주행성능
공도에서는 이길 자가 없다
3.8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배기량이 3,799cc이며 최고출력이 565HP, 최대토크는 64.6kg·m이다. 처음에 출시 됐을 때보다 최고출력은 85HP 올랐고 최대토크는 4kg·m 오른 수치. 듀얼클러치 방식의 자동 6단 변속기가 맞물리고 구동방식은 네바퀴굴림이다. 공기저항계수인 cd는 2008년형 때가 0.27이었지만 2012년형 이후로 0.26을 유지하고 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닛산 GT-R은 이 둘이 분리되어 트랜스미션이 뒷바퀴 쪽에 있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구동력이 차체를 가로지르는 축을 통해, 트랜스미션과 함께 있는 트랜스퍼 케이스를 만나 각 바퀴에 전달된다. 트랜스미션과 트랜퍼케이스가 뒷바퀴로 가는 바람에 구조가 복잡해지고 무게도 늘어났지만 앞뒤 무게 배분에서는 이득이다.
가격이 1억 5천 만원에서 시작하는 닛산 GT-R은 제로백이 2.7초다. 거의 6억에 이르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가 2.8초. 아벤타도르의 엔진이 V12인 걸 감안하면 GT-R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물론 이러한 성능이 중속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공차중량만 놓고 봐도 닛산 GT-R의 공차중량은 1,730~1,735kg이고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는 1,525kg이다.
속도가 붙을수록 에어로다이내믹스, 공차중량과 엔진 출력 등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끝지점 통과속도가 160km/h 정도인 400미터 드래그에서 다소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모터트렌드에서 주최한 드래그 레이스에서 SLS AMG, 벤틀리 콘티넨탈 GT, 아우디 R8 등을 제치고 1위를 하기도 했다. 2위인 SLS AMG와의 차이는 단지 0.1초. 고속도로가 아닌, 속도를 많이 내기 어려운 일반 도로에서는 중속까지의 가속력이 좋은 닛산 GT-R이 최강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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