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브리티시 클래식 트라이엄프 본네빌 T100 블랙
월간모터바이크 입력
본네빌 시리즈는 트라이엄프의 아이콘이다. 2017년 T120이 플래그십의 자리를 꿰찼지만 T100은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리지널 본네빌에게 물려받은 유산과 T100에 부여된 새로운 임무를 찾았다.
랜드 스피드 레코드 이야기는 본네빌 시리즈를 다루면서 빼놓을 수 없다. 1956년 9월 6일 조니 앨런Johnny Allen은 미국 본네빌 사막에서 트라이엄프 타이거 T110 기반의 스트림라이너를 타고 214.4마일(약 345km/h)의 속도를 기록하며 모터바이크 지상 최고 속도를 세웠다.지상 최고속을 기록한 타이거 T110 기반의 스트림라이너
1956년 조니 알렌이 기록한 스피드 레코드가 적힌 기록지
1959년 이후 트라이엄프는 이를 기념하며 병렬 2기통 바이크에 붙여졌던 타이거라는 이름을 본네빌로 바꾼다. 본네빌 시리즈는 1983년까지 생산되며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1983년 파산하며 대가 끊긴다. 하지만 2000년 트라이엄프는 본네빌 790으로 본네빌 시리즈를 부활시켰다.1959년 등장한 최초의 본네빌
T100
본네빌 T100은 2002년 트라이엄프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탄생한 모델이다. 2004년까지 생산된 초기 모델엔 본네빌 790에 사용되던 790cc 공랭 엔진이 사용되었고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1년간 활약했던 두 번째 모델엔 865cc 360도 위상차 크랭크 병렬 2기통 공랭 엔진을 얹었다. 2017년 트라이엄프 모던 클래식 라인업에 수랭 엔진도 도입되며 T100의 배기량은 900cc로 커졌다. 하이-토크 콘셉트로 개발되며 공랭 시절보다 최고 출력은 감소했지만 최대 토크는 18% 더 강력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점화 간격이 270도로 변경된 것이다. 등간격 폭발 엔진에서 부등 간격 폭발 엔진으로 바뀌며 엔진의 필링과 배기음이 변화했다.머시닝 가공된 냉각핀의 조형미가 좋다
클래식 헤리티지
17년간 엔진은 3번이나 바뀌었지만 디자인은 변함이 없다. 원형 헤드라이트와 조약돌을 떠오르게 하는 연료탱크 그리고 트윈 피-슈터 pea-shooter 머플러 등은 1939년 출시했던 타이거 T100부터 이어지는 트라이엄프 클래식 바이크의 상징이다. T120과 휠베이스와 시트고, 연료탱크의 크기도 같은데 어딘가 콤팩트해 보인다. T120이 최초의 본네빌의 상징성을 더 많이 물려받은 모델이지만 오리지널 본네빌의 계보와 이미지는 T100이 정통 계승자처럼 느껴진다.
(좌) 연료탱크에 붙은 로고 배지 역시 본네빌의 상징 / (우) 둥근 연료탱크가 마치 예쁜 조약돌 같다
수랭 엔진이지만 머시닝 가공된 냉각핀이 남아있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라디에이터와 냉각수 탱크, 배기 촉매 등 현대 바이크의 구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잘 보이지 않게 숨겨두었다. 크롬으로 둘러싸인 계기반은 클래식한 이미지의 방점을 찍는다.바늘로 표시되는 듀얼 원형 계기반의 움직임까지 클래식하다
프런트의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했으며 와이어 스포크 휠과 프런트 펜더의 장식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한다. 시승차엔 트라이엄프 순정 액세서리 파츠인 윈드 실드와 사이드 백, 엔진 가드와 리어 랙이 더해진 상태로 크루저의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차대 사이에 라디에이터를 잘 숨겨두었다
알루미늄 브러쉬로 꾸며진 에어필터 커버
숨겼던 카드를 내다
790mm의 시트고는 부담이 적다. 시트가 푹신하고 바이크에 앉는 것으로도 바이크가 꽤 내려앉아 발 착지성은 더 좋아진다. 사이드 스탠드를 올리고 바이크를 세우는 것이 가뿐하다. 오일 섬프가 바이크의 가장 아래 있어 무게중심이 낮은 덕분이다. 토크 어시스트 클러치 덕분에 출발이 가볍다. 클러치가 가벼워 매뉴얼 바이크가 익숙하지 않아도 쉽게 다룰 수 있다. T120의 스펙과 비교하면 만만하고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기존의 공랭 엔진의 T100을 가볍게 압도하는 성능이다. 토크는 저회전부터 두툼하게 터져 나오면서도 우악스럽지 않고 부드럽다.
900cc 수랭 엔진은 270도 위상차 크랭크의 박자감 있는 고동감은 잘 전달하면서 진동을 잘 억제했다. 저단에서 레브 리밋 근처까지 엔진 회전수가 올라도 라이더에게 전해지는 진동은 적다. 엔진과 5단 리턴 기어의 궁합이 좋다. 변속과 가속의 전개가 물 흐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부드럽게 시내 속을 달리며 듣는 엔진음과 둥둥거리는 배기음의 맛이 좋다.(좌) 인포메이션 버튼으로 계기반을 조작한다. 열선 그립은 옵션 사양 / (우) 응답성이 좋은 전자식 스로틀
시트 아래엔 USB 소켓이 마련되어 있다
클래식한 외모와 달리 전자식 스로틀, 트랙션 컨트롤, ABS 그리고 로드와 레인 라이딩 모드까지 최신 바이크 사양을 모두 갖추고 있다. 왼쪽 콘솔의 인포메이션 버튼으로 쉽게 트랙션 컨트롤을 끌 수 있다. 클래식 바이크에 트랙션 컨트롤을 끌 수 있다는 호기심에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했다. 스로틀을 과감히 열며 클러치를 붙이자 초반 토크의 성격부터 다르게 터져 나온다. 트랙션 컨트롤이 켜져 있는 자체로 꽤 많은 출력이 묶여있는 것 같다. 바이크의 외모와 어울리게 점잖게 타야겠다는 다짐은 금세 잊었다. 스로틀을 비틀며 속도를 빠르게 붙여간다. 이 모습이 본네빌 T100의 진짜 얼굴이 아닐까 싶다. 속도가 올라도 주행감각은 안정적이다. 2피스톤 캘리퍼의 프런트 브레이크 성능을 의심했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완성도 높은 ABS는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 급제동을 해도 믿음직하다.리어 서스펜션은 5단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다. 새들백 브래킷은 옵션 사항
서스펜션은 안락함에 중점을 뒀다. 시내의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도 충격을 잘 흡수해준다. 빠른 속도로 요철을 지날 때면 프런트 서스펜션이 불안해지는 순간이 있었지만 곧바로 안정을 찾는다. 리어 서스펜션은 편안하면서도 노면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휠베이스가 길어 짧은 코너를 타이트하게 돌아 나가려면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한다. 하지만 핸들링이 가벼워 어렵지 않다. 속도를 높여 긴장감 넘치게 와인딩을 주파하기보다 라인을 완만하게 그려 나간다. 코너를 탈출하며 느껴지는 엔진의 고동감과 토크가 웃음 짓게 한다.
절묘한 포지셔닝
본네빌 T100을 구입 희망 목록에 올려두면 위로는 본네빌 T120이 아래로는 스트리트 트윈이 갈등을 더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승에서는 세 모델의 차이점을 느끼는데 집중했다. 우선 T100은 스트리트 트윈과 시트와 휠, 핸들 바가 다르고 레이크 각이나 트레일 길이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 변화만으로 감각의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 스트리트 트윈이 오밀조밀하고 탄탄한 느낌이라면 T100은 부드럽고 안락한 느낌으로 클래식 바이크의 감성에 더 집중했다.
배기량이 1200cc로 커진 본네빌 T120은 두툼한 토크가 일품이다. 고동감을 느끼며 유유자적 달리는 느낌이 고급스럽고 가속력과 최고속은 클래식 바이크의 범주를 벗어난다. 본네빌 T120이 최고속엔 더 빠르게 도달하겠지만 리드미컬한 주행을 하고 싶다면 비교적 T100이 더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배기량 덕분에 바이크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대 토크가 터질 때의 진동도 더 적어 900cc 엔진과 섀시의 궁합이 더 적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 세 모델의 차이점은 직접 타봐야 느낄 수 있다. 각자의 취향과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 각 모델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보하는 클래식
차분하고 중후한 외모, 스펙표만 보고 본네빌 T100을 얕잡아봤다면 T100의 반전 매력에 더 빠질지도 모르겠다. 외모만큼은 옛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려 하지만 엔진 특성의 변화, 수랭식 냉각 방식과 전자 장비를 적극 도입했다. 공랭 방식을 유지하거나 전자 장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진짜 오리지널이라는 불필요한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화해야 할 것은 변해야 오래도록 살아남아 정통이 될 수 있다.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2기통 SOHV 8밸브 보어×스트로크 84.6 × 80 (mm) 배기량 900cc 압축비 10.55:1 최고출력 55PS / 5,900rpm 최대토크 80Nm / 3,230rpm 시동 방식 셀프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 용량 14.5ℓ 변속기 수동 5단 서스펜션 (F)KYB 41mm (R)KYB 트윈 쇽 타이어 사이즈 (F)100/90-18 (R)150/70 R17 브레이크 (F)니신 310mm 싱글 디스크 (R)니신 255mm 싱글 디스크 전장 미공개 휠베이스 1,450mm 시트 높이 790mm 공차 중량 213kg 판매 가격 1,450만 원
글 조건희 기자 사진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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