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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 타이거 800 XRT

태권 한 2019. 3. 18. 11:16

트라이엄프 타이거 800 XRT


월간모터바이크 입력





영국을 대표하는 모터사이클 브랜드 트라이엄프에서 선보인 타이거 800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막 데뷔한 뉴 모델, 그래서 많이 궁금했다. 과연 트라이엄프의 3기통 엔진은 어드벤처 장르에 어떻게 녹아들었을까.         

트라이엄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모터사이클이라고 하면 본네빌 시리즈를 떠올리지만 해외에서는 자연스럽게 타이거를 꼽는다. 그만큼 타이거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어드벤처 시장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고 있는 모델이다. 트라이엄프 코리아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며 타이거 800이 드디어 출시되었다. 2010년 첫 모델 출시 이후 2015년 2세대에 이어 2018년에 업데이트된 따끈한 3세대 모델이다. 2세대에 비해 빠른 업데이트 주기를 가진 것은 유로4 대응 이슈와 맞물린 탓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모델은 타이거 800 중에서도 온로드 투어링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XRT 모델이다. 타이거 라인업은 투어링 중심의 XR 시리즈와 오프로드 중심의 XC 시리즈로 나뉘며 옵션에 따라 여러 개의 세부 모델로 분류되는데 국내에는 최상위 버전인 XRT와 XCA가 들어온다. 풀옵션에 민감한 국내 라이더들의 성향 덕분이다. 어쨌든 이러한 모델 구분에서도 알 수 있듯 19인치 프런트 휠을 끼우고 온로드 투어링에 집중하고 있다.

첫인상

타이거 800은 디자인에 디테일이 많다. 프레임도 여러 가닥이 유기적으로 엇갈리고 페어링은 무수히 많은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칫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절제된 컬러와 고급스러운 마무리가 완성도를 높인다. 짧은 부리에 커다란 헤드라이트로 첫인상은 조금은 괴이한 느낌도 있지만 어드벤처 바이크들의 첫인상은 원래 조금 과격하기 마련이다. 

(좌) 헤드라이트는 쌍발에 중앙에 DRL을 더해 재밌는 인상을 연출한다 / (우) 상하로 넓은 너클가드는 방풍 효과가 뛰어나다

(좌) 페인팅의 품질이 좋고 전반적인 마감이 좋다. 연료탱크는 적당한 부피감으로 자연스럽게 니그립이 된다 / (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파워 아웃렛이 준비되어있다

헤드라이트 중앙의 주간주행등 DRL이 마치 화난 눈처럼 연출된 점이 재밌다. 전체적인 볼륨은 미들급 듀얼퍼퍼스 중 가장 크게 느껴질 만큼 빵빵하다. 그리고 세워진 모습보다 라이더가 올라탔을 때 더 멋있게 보이는 것 같다.

높은 완성도

처음 바이크에 앉으면 뛰어난 발 착지성에 놀란다. 실제로 810mm의 시트고(830mm까지 조절 가능)로 어드벤처 바이크 치고는 부담 없는 높이다. 병렬 엔진이라 엔진 뒤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설정이다. 전체적인 무게 중심도 낮게 깔려서 주행감각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기어를 넣고 클러치 레버를 놓기 시작하면 어시스트가 작동하여 엔진 회전수를 살짝 높여준다. 덕분에 안정감 있게 출발이 가능했고 오프로드 주행 간에도 부드럽게 출발하고 시동을 꺼트리는 일이 적었다.(좌) 조작이 용이한 왼쪽 스위치 박스에는 열선 그립과 각종 기능 설정을 위한 버튼들과 크루즈 컨트롤이 자리 잡고 있다 / (우) 시트는 품질도 좋고 쿠션도 충분하며 높은 포지션을 설정하면 턱이 사라져 오프로드에서 전후 체중이동에도 불편함이 없다. 또한 열선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순정으로 장착되는 열선 그립과 동승자까지 열선 시트가 제공된다. 그립은 3단계로 조절되고 라이더 시트는 2단계로 조절된다. 추운 날씨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는 체험해보기 전에는 모를 것이다. 큼직한 프런트 페어링과 커다란 윈드쉴드는 주행풍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순정 윈드 스크린은 앞으로 밀어서 높낮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주행 중에도 한 손으로 편하게 설정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조작계가 사용자 친화적인 점이 마음에 든다. 꾸준한 업데이트로 숙성된 덕분일 것이다.(좌) TFT 계기반은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은 물론 화면 주변에는 전통적인 경고등이 점등되어 시인성을 배가시켜준다 / (우) 쇼와제 프런트 포크는 좌측이 리바운드, 오른쪽이 컴프레스 댐핑을 설정할 수 있다          

주행 모드는 5가지로 스포츠, 로드, 레인, 오프로드, 라이더 모드다. 날씨나 원하는 감각에 맞게 설정할 수 있고 커스텀이 가능한 라이더 모드는 본인의 입맛에 맞게 설정해놓은 것을 하나의 주행 모드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실제로 스로틀 반응은 스포츠 모드에 두고 트랙션 컨트롤은 해제하고 ABS 모드는 가장 개입이 빠르도록 하여 커스텀 모드를 설정해놓으니 시동을 걸고 내가 원하는 설정으로 맞추는 데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프런트와 리어 모두 쇼와 제품으로 프런트 포크는 왼쪽과 오른쪽이 압축과 신장을 별개로 임무를 담당하고, 리어 쇽은 프리로드만 조절할 수 있다.

95마력의 3기통 엔진은 꽤나 앙칼진 특성을 지녔지만 온로드에서는 타이거 800XRT의 편안한 포지션 덕분인지 부담이 적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잘 잡힌 밸런스와 뉴트럴한 핸들링 특성도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던 이유다. 낮은 회전수로 부드럽게 다루거나 높은 회전수로 과격하게 주행해도 라이더의 결정을 그대로 따라온다. 우주적인 생김새에 비하면 라이더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좌) 엔진은 의외로 콤팩트하다. 최고출력은 95마력 79Nm의 토크를 내며 저회전과 고회전의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다. 순정으로 장착된 클러치 케이스 프로텍터에서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 (우) 매니폴드는 엔진 앞에서 바로 합쳐진다. 한눈에도 3기통임을 알 수 있다

고회전으로 바이크를 몰아가면 토크가 계속해서 쏟아지는데 상체를 숙이는 동작만으로 바이크의 안정감이 좋아진다. 시트에 앉았을 때 무게 중심이 약간 뒤쪽 아래로 깔리기 때문에 모든 동작이 부드럽게 따라온다. 무게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프런트와 리어의 트랙션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즉각적으로 느껴져 바로 대처할 수 있어 타이어의 한계를 알기 쉽다. 실제로 노면의 염화칼슘이나 서리로 인해 그립이 부족했던 순간들을 바로바로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밸런스가 좋다.

오프로드 테스트

온로드 중심의 모델이지만 어드벤처 장르인 만큼 오프로드 테스트도 진행했다. 시트를 높이면 오프로드 시트처럼 앞뒤 높이 차이가 없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도 좋다. 스탠딩 포지션이나 핸들바의 위치는 적절하다. 물론 오프로드에서 시승은 순정 타이어의 한계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어려웠다.하지만 낮은 시트고에 비례하게 풋 페그도 낮아서 오프로드 주행 간에 스탠딩을 해도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또한 시트고가 낮다 보니 심리적 부담감이 적고 한쪽 다리로 땅을 짚어가며 바이크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좋았다. 덕분에 과연 잘 달릴 수 있을까 싶던 험로와 비포장도로 정도를 달리는 것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의외로 쉽게 잘 달린다.(좌) 풋패그가 일반적인 모델들보다 낮은 위치에 달려 편하다 절삭 풋패그는 순정 옵션 제품 / (우) 안개등이 순정으로 장착된다 

오프로드 주행 시 오프로드 모드를 설정하면 리어 브레이크에는 ABS가 해제되어 리어 락을 이용한 테크닉이 가능해지고 흙길에서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으며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다이내믹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순정으로 장착된 메첼러 투어런스 넥스트는 온로드 중심의 듀얼 타이어지만 미끄러지는 느낌이 일정하고 그립이 두툼하게 느껴졌다.

다만 타이어의 한계가 너무 빨리 드러나 3기통 엔진의 터져 나오는 피크파워를 이용할 수 없어 아쉬웠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타이어로 시승을 진행해보고 싶다. 또한 XRT가 이 정도 주파력을 보여준다면 XCA는 과연 어떨지, 기대감도 더 커졌다.브렘보의 2피스톤 플로팅 캘리퍼는 사양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디스크를 플로팅 디스크를 쓰고 있고 구경이 305mm로 대구경인 덕분에 전반적인 제동력은 무난하다

트라이엄프 3기통 엔진은 2기통의 특성과 4기통의 특성을 섞어놓은 것처럼 느껴져 양면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 4기통 엔진처럼 회전수 후반부에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가속감이 즐겁고 낮은 회전수에서의 토크는 부드럽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더가 어떻게 끌어가는지에 따라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는 것이 신기하다.

낮은 시트고와 어드벤처 스타일이 조합되고 안정감 있는 주행 감각에 색다른 엔진 필링이 더해졌다. 또한 조절식 프런트 포크, 크루즈 컨트롤, 열선그립과 열선시트, 높이 조절식 시트, 브렘보 브레이크, TFT 대시보드 등 동급의 어드벤처 바이크들과 차별화되는 편의 장비는 타 브랜드의 리터급도 부러워할 것들이다. 타이거 800XRT를 타보고 트라이엄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모터사이클로 타이거가 꼽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타이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부담 없는, 그리고 더 큰 모험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TRIUMPH TIGER 800 XRT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3기통  보어×스트로크 74.1 × 61.9 (mm)  배기량 800cc  압축비 12.7:1  최고출력 95PS / 9,500rpm  최대토크 79Nm / 8,05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19L   변속기 수동 6단   서스펜션 (F)43mm 도립식 포크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19 (R)150/70R17   브레이크 (F)305mm 더블 디스크 (R)255mm 싱글 디스크  전장×전폭×전고 --× 795× 1,350mm   휠베이스 1,530mm   시트높이 810~830mm   건조중량 202kg   판매가격 1,795만원


  윤연수 기자  사진  양현용